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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등장할 최고의 디자이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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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등장할 최고의 디자이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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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세기가 바뀐 지금, 어딘가에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탄생을 상상해 봅시다. 만약 제2의 코코 샤넬이 21세기에 태어났다면, 그는 분명 컴퓨터, 태블릿, 마우스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로 디자인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잘 드러내는 ID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마침내 그가 디자인한 의상은 출시와 동시에 온라인에 공개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곧 세계인에게 사랑 받으며, 그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입니다.
인터넷의 발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대보다 더 빨리 그의 명성을 세계로 전파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수 세기가 지난 후 다빈치의 작품의 소유자들은 좌절하게 됩니다. 셀 수 없는 디지털 저장장치에 그의 작품의 사본들이 저장되어 있으며, 사본은 원본과 아무런 질적 차이도 없습니다. 수 세기 후에 21세기 천재 화가의 작품은 과연 어떻게 보관되어야 하는 걸까요? 천재 화가는 혼자서만 작품을 간직하는 게 옳을까요? 모두가 그의 작품을 즐기면서도 완벽하게 보호될 방법은 없을까요?
블록체인의 부상은 21세기에 완전무결하게 신뢰할 수 있는 것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NFT(Non Fungible Token)는 디지털 자산의 유일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디지털 파일을 탈중앙화 서버에 올려 고유한 토큰으로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NFT를 거래하는 행위는 원본의 창작자를 믿고 소유권을 거래하는 행위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듯 연일 미술품 거래의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쉴 새 없이 데이터가 복제되는 이 시대에, NFT는 유일무이한 것의 상징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티 경매사에서는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작품인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무려 7천만 달러(한화 약 820억 원)에 판매되어 화제가 되었고, 소더비 경매사에서는 유명 NFT 컬렉션 '크립토펑크 #7523'가 1180만 달러(132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또한, 명품 브랜드 구찌, 돌체앤가바나, 지방시 등도 한정판 NFT를 선보이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NFT가 디지털 파일에 고유한 해시값을 매기고 거래를 증명하지만, 디지털 파일 자체를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탈중앙화 서버에 올라가 있는 디지털 파일을 저장하여 나만의 NFT로 발행하는 행위를 현 NFT 모델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해당 NFT의 IPFS 조회만으로는 여전히 다수의 사본 중에 무엇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NFT는 블록체인 밖에서 일어나는 복사와 위변조를 막아줄 수 없습니다. 트랜젝션은 모두 신뢰할 수 있고, 검증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 밖의 정보는 신뢰받지 못합니다.